예정된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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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미로 속으로 들어오면
곧바로 시작되는 게임.
사방엔 먹을 것,
사방엔 멋진 것,
순간적으로 동공이 열리고
눈의 깜박임이 빨라지다가
마침내 손을 뻗어 물건을 집는 순간,
삐익
승부는 끝난다.

이성적인 인간의 뇌는 알파 상태,
무의식의 인간의 뇌는 베타 상태,
쇼핑몰에서 배회하는 사람들의 뇌는?

"물건 구매행위의 80%는
무의식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어떤 상품을 눈여겨 보는지
상품대에 머무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은
CCTV로 분석되고
그 결과는 곧바로 매장에 적용된다.
느린 음악, 매장을 조망하는 에스컬레이터,
어디에도 없는 시계, 가격표에는 끝없는 '9'의 행렬,
쇼핑몰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의 패배는 예정되어 있는 건지도 모른다.


쇼핑중독


최근 미국 정신의학회는 쇼핑중독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판단, 강박감에 사로잡힌 쇼핑중독을 정신질환으로 포함하라지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마약중독자나 알코올중독자들과 마찬가지로 쇼핑중독자들 역시 쇼핑을 중단하고자 하면서도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므로 임상적 치료의 대상으로 봐야할 때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반면에 일부 전문가들은, 쇼핑중독은 개인의 심신조건 외에도 광고, 신용제도 등 다양한 사회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단순히 의학적 질환으로 분류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범석 을지대학병원 정신과 교수는 "기분전환을 위한 충동구매가 쇼핑중독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쇼핑시간과 금액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쇼핑행위에 대한 죄책감이 들기 시작하면 이미 경증 쇼핑중독의 증상을 보이는 것"이라 지적하며 다음과 같은 체크리스트를 제시하고 있다.

  1. 쇼핑습관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다.
  2. 쇼핑할 때 죄책감이 든다.
  3. 쇼핑을 하는 데 드는 시간과 돈이 점차 늘어나지만 별다른 느낌이 없다.
  4. 가족이 보지 못하도록 쇼핑한 물건을 숨기곤 한다.
  5. 쇼핑은 긴장이나 불안감을 풀어주는 취미생활이다.
  6. 물건이 필요해서라기보다 사는 행위 그 자체를 더 즐긴다.
  7. 쇼핑을 한 뒤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 집에 가득하다.
  8. 주위에 돈문제를 일으킬 정도로 쇼핑을 많이 한다.
  9. 얼마나 쇼핑을 많이 하는지 다른 사람이 알면 기절할 정도다.
  10. 물건을 사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 중에서 5,6,10에 해당되는 경우는 충동구매를 주의해야 하고,
2,3,4,7,9에 해당되는 경우는 경증 쇼핑중독으로 주의가 필요하며,
1,8의 경우에는 중증 쇼핑중독으로 정신과 치료나 상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쇼핑중독에 빠지기 쉬운 위험군은, 고학력이며 월소득 200만원 이상의 20~30대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대형 소핑몰을 배회하며 충동구매를 일삼는 전통적인 쇼핑중독 경향에 더해 최근에는 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을 통한 멀티미디어형 쇼핑중독이 새로운 사회적 징후로 대두되고 있다. 이처럼 쇼핑중독이 현대인들에게 일상화,문화화되고 있다는 뜻에서, 최근에는 쇼핑중독자를 칭하는 표현으로 이벤트적 어감이 묻어나는 'binge buyers'보다는 '쇼퍼홀릭(shopaholic)'이 더 자주 사용되고 있다. 쇼퍼홀릭은 알콜중독자를 뜻하는 알코홀릭(alcoholic)이란 단어에서 파생된 신조어이며, 소피 킨셀라가 지은 동명 소설의 제목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소비거부운동단체 The Compact는 현대인들이 쇼핑중독에 빠졌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하고, 의약품과 식료품 등 꼭 필요한 생필품을 제외한 일체의 쇼핑을 거부하는 실험을 1년 동안 진행한 바 있다.


참고도서

광고, 상품, 쇼핑의 노예들 : 미국인들이 원하는 것 전영우 저, <청년사>
돈을 많이 버는 능력, 곧 상품을 많이 구입할 수 있는 능력이 성공한 삶으로 치부되고 있는 미국 사회를 분석한다. 매스커뮤니케이션과 광고학의 전문가인 저자는 미국 광고들의 분석을 통해 미국 사회의 우울한 단면과 미국식 상품문화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즐거운 불편 후쿠오카 켄세이 저, 김경인 역, <달팽이>
현대인은 아무리 많이 쓰고도 허전하며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대량폐기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저자는 마음의 풍요를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불편한 생활을 실천하며 체험기를 썼다.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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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e 시즌1 (가슴으로 읽는 우리시대의 智識)
EBS 지식채널-e | 북하우스 | 2007.04.09



2008/03/24 15:33 2008/03/2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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