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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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편지 쓰는 모습을 지켜보던 소년이 문득 물었다.

"할머니, 우리 이야기를 쓰고 계신 거예요? 혹시 저에 관한 이야기인가요?"

할머니는 쓰던 손길을 멈추고 손자에게 대답했다.

"그래, 너에 대한 이야기지. 하지만 무슨 이야기를 쓰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쓰고 있는 이 연필이란다. 이 할머니는 네가 커서 이 연필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소년은 의아한 표정으로 연필을 주시했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은 없었다.

"하지만 늘 보던 거랑 다를 게 하나도 없는데요!"

"그건 어떻게 보느냐에 달린 문제란다. 연필에는 다섯 가지 특징이 있어. 그걸 네 것으로 할 수 있다면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게야.

첫번째 특징은 말이다, 네가 장차 커서 큰일을 하게 될 수도 있겠지? 그때 연필을 이끄는 손과 같은 존재가 네게 있음을 알려주는 거란다. 명심하렴. 우리는 그 존재를 신이라고 부르지. 그분은 언제나 너를 당신 뜻대로 인도하신단다.

두번째는 가끔은 쓰던 걸 멈추고 연필을 깎아야 할 때도 있다는 사실이야. 당장은 좀 아파도 심을 더 예리하게 쓸 수 있지. 너도 그렇게 고통과 슬픔을 견뎌내는 법을 배워야 해. 그래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게야.

세번째는 실수를 지울 수 있도록 지우개가 달려 있다는 점이란다. 잘못된 걸 바로잡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오히려 우리가 옳은 길로 걷도록 이끌어주지.

네번째는 연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외피를 감싼 나무가 아니라 그 안에 든 심이라는 거야. 그러니 늘 네 마음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렴.

마지막 다섯번째는 연필이 항상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이야. 마찬가지로 네가 살면서 행하는 모든 일 역시 흔적을 남긴다는 걸 명심하렴. 우리는 스스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늘 의식하면서 살아야 하는 거란다."

파울로 코엘료, 『흐르는 강물처럼』 中 "연필 같은 사람"
사진출처 : [Flickr]
2009/10/08 00:11 2009/10/0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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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add yours?)

  1. clara, 2009/10/09 07:06

    너무 예쁜 글이에요..
    정말 보이는게 전부가 아닌 그런 "연필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 많이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끔은 쓰던 걸 멈추고 연필을 깎아야 할 때도 있다는 사실..
    마음속에 잘 새겨 놓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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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하랑 2009/10/10 00:48

      결국은 겸손함을 알려주고 있는것 같아. 자기자신을 잃지 않는..
      로마제정시대에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이 전차를 타고 개선문으로 행진을 할 때 많은 군중들의 환호를 받았었대. 그런데, 그 행진동안에 그 장군이 교만해지지 않도록 전차에는 장군 뒷편에 한 사람이 더 타서 장군에게 "너는 그래도 사람에 지나지 않다."라고 계속 말하게 했다고 그러더라..영화 쿠오바디스에 나와..>_< (물론 이것은 왕권에 대한 도전을 막기 위해서기도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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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ol 2009/10/09 18:31

    오빠 나 이거 퍼가 .....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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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하랑 2009/10/10 01:15

      퍼간다고 하면...... 확인하러 갈 것 같아? 으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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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Misozim 2009/10/12 17:45

    느나도 좋아하는 "흐르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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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하랑 2009/10/12 18:09

      시험도 겹쳐서 아주 천천히 하루에 한두장 읽고 있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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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Misozim 2009/10/12 17:46

    이건 어떻게 스크랩을 하지?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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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하랑 2009/10/12 18:10

      따로 스크랩버튼이 없어요..ㅠㅠ
      그냥 블록설정 후 복사하기 하신 다음에 누나 게시판이나 사진첩에 글쓰실 때 붙여넣기 하시면 되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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