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소녀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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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이 거의 새드쪽입니다...
그나마 해피엔딩한 글이 몇개 있는 중에 좀 나은걸로...
소화랑님의 요청에 의해서...부랴 부랴..올립니다.


소녀는 7층 창가에서
세운상가 연결통로를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
그때 소녀의 아빠가 다가와 물었습니다 .

“뭘 보니?”
“네..아빠...저 사람이요..그림을 그리나 봐요”
“오라...후후..매일 이 시간이면 어김없단다...”

소녀 아버지의 사무실이 이곳으로 이전한지 3년전이였고
그가 2년전 어느날 그곳에나타났다고 하였습니다 .
그 후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저러는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

그 사람은 걸인이였습니다 .
가끔 벽에다가 추상화를 그리듯이 마꾸 그려대곤
좀 떨어져 고개를 꺄우뚱하며 바라보다가는
다시 다가가 열정적으로 그려댔습니다 .

물론 그 사람손에는 붓도 물감도 파렛트도
그 아무것도 들려있지는 않았습니다 .
하지만 소녀는 알 수 있었습니다 .
그 모든 행동이 그냥 심심해서 흉낼 내는거나
장난 삼아 시간을 때우고자 하는 행동은 아니란 것을....
그의 모든 행동은 그에 눈에는 선명하게 그려지는 듯이
완벽한 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소녀는 그림 그리는 것을 아주 좋아 합니다 .
그래서 그런 느낌으로 바라봤는지는 모르지만
어쨋튼 그 사람, 걸인 아저씨를
가까이 보고 싶을 만치 궁금해 졌습니다 .

그때 잠깐 그 사람이 소녀있는 쪽을 바라보는 듯 했습니다.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아이처럼 황급히 숨어 버리는 소녀였습니다 .

그 후로 아버지의 사무실에 갈 일도 없었고
가끔 아버지에게 아직도 그러고 있냐고 물어는 봤지만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져 갔습니다 .

그러고 한참 시간이 지난 어느날이였습니다.
친구들 몇명과 영화를 보기위해 종로에서
상가 연결통로를 통해 충무로로 가기위해 걸어 갔습니다 .

“애들아..잠깐 저쪽으로 가자...우리 아빠 사무실있는 곳이거든...”

뭔가가 생각나는 듯 그리 말하고 시계를 봤습니다 .
시간을 보니 그 아저씨가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였습니다 .
역시 그대로였습니다..변하지 않은 그 모습,그대로.....
오늘은 작은 그림을 그리듯이
아주 세밀하고 조심스럽게 그리고 있었습니다 .
그 모습을 보고 친구들은 킥킥거리며 몰래 웃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
소녀는 한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
친구들이 빨리 가자고 하였으나 조금만 더 보자고 졸랐습니다 .
그때 그 사람이 그리던 캠퍼스를 떼어 드는 듯한 행동을 취하더니
소녀에게 다가왔습니다 .

“이거.......”

뭔가를 내민듯한 행동이였지만 당연히 그의 손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습니다 .
약간은 놀랐지만 그 사람의 맑디 맑은 눈을 보고는
소녀는 가만히 받아 드는 흉내를 내었습니다 .

“고..고맙습...니다.....”

더러운 얼굴에서 잔잔한 미소가 피어 올랐습니다 .
그리고는 다시 그림 그리는데 열중하는 것이였습니다 .
친구들의 재촉으로 또는 놀림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곳을 멀리 멀리 지나쳐 올때까지
소녀는 그 그림을 들고 있었습니다 .

집으로 돌아와서 소녀는 벽에 못을 하나 박았습니다 .
아무것도 걸리지 않는 못을 말입니다 .
아니 보이지 않을 뿐이지 소녀는 그 그림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곳에 혼자 멋쩍게 웃으면 그 그림을 걸었습니다 .

그런데 이상한건 그 후로 부터였습니다 .
집에서 뎃상이나 수채화라든가 작업을 하는 날에는
버릇처럼 그 텅빈 못 아래를 바라보았고
마치 그 공간에서 뭔가가 보이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건 소녀가 작업하는데 필요한 텃치라든가 ,
공간분활이라든가 그런 것 들의 여러 가지 방법들이었습니다.
소녀는 너무 그림 그리는게 재미있어졌습니다 .
그렇게 그린 그림들이 큰 상을 타기도 했으며
그때마다 그 걸인에게 달려가곤 했습니다 .
달려가서 딱히 무슨 말을 하고 오는것은 아니였으며
겨우 인사 정도하고 한참이나 작업하는 관경을
바라보다가 오는게 전부였습니다 .
그런 모습에 대해서 아버지는 무슨 생각이 드셨는지
아무런 제재나 말씀을 하시지 않았습니다 .


몇년이 지나 소녀는 미대생이 되었고
이제 마음놓고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
소녀는 그 걸인 아저씨에대하여 다른이들에게 이야기를 자주 했었고
집에 걸어 놓은 그 사람의 그림이야기도 하곤 했습니다 .
어느 날 몇몇 선배들과 같은 과 친구들과 그 곳을 가 보기로 했습니다 .
그 날도 어김없이 그분은 열심히 그리고 있었습니다 .
그런데 선배 중 한명이 그 분에게 다가가더니

“아니 선배님 아니세요...?”
“...............”

그 사람은 말이 없었습니다 .
잠시후 말문이 열리고 둘은 한참 말들이 오고 갔습니다 .
나머니 사람들은 귀를 세우고 들으려했으나
주위의 소음으로 인하여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
그리고 다들 인사을 하고 돌아 가려는데
구석에 쌓여있는 보따리에서 뭔가를 꺼내서
소녀에게 다가와 쥐어 줬습니다 .
그것은 지저분한 신문지로 쌓였지만
한눈에 캠퍼스라는걸 알았습니다 .

“열지말고 나중에 혼자봐요...쑥스러워서...후후...”

멋쩍은 웃음을 흘리는 그의 모습을 뒤로 하고 돌아서는 소녀의
들고있던 책갈피에서 뭔가가 떨어지는걸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
그 내용물을 다들 보고 싶어했지만
같이갔었던 선배가 들려주었던 이야기에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

“사랑하는 어머님이 계셨단다.
저 형이 왕성한 작품활동을 할 즈음에 그 어머님이 많이 아프셨고
한때 부유한 가정이 집까지 팔아야할 만큼 어려워 졌었지 .
그 와중에 선배의 그림을 사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었고
선배는 죽어도 그리하지 못한다고 마다한거야 .
그러다가 어머님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셔서 위독하게 되셨고
선배는 큰맘 먹은듯이 그림을 싸들고 그것들을 팔아서 병원으로 돌아 왔지 .
그러나 그땐 이미 어머님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였었어 .
그날 밤 선배는 그림을 다시 찾아왔고 그것들과 모든 그림에 대한것을
모두 불을 질러 버렸으며 그 후로 어디론가 자취를 감춰 버린거야 .
그게..벌써....10년이 지났네......휴우........”

그 선배는 그 그림 잘 간직하라며
아주 소중한 그림이 될거라고 말을 덛붙였습니다 .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그 그림을 싼 신문지를 황급히 찢어 냈습니다 .

“아.....”

그건 그 소녀의 초상화였습니다 .
마치살아 움직이는 듯이 방긋이 웃고있는.....
‘이제야 저 못 아래의 빈공간을 채우게 되는구나’
가슴에 야릇한 흥분이 일었습니다 .

그로부터 그분은 다시는 그곳에 있지 않았습니다 .
가끔 가 보면 그냥 바람만 휑하니 일뿐이였습니다 .
소녀가 졸업작품전에 그 분을 그린것은 어찌보면
친구들과 주위에선 당연히 받아 들여졌습니다 .

「잊어 버린 것에 대한 기억」

그 아저씨가 허공에 대고 그림그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 작품 아래에 작은 꽃다발이 놓여진 것을
소녀는 건성으로 받아 드렸습니다 .
그러나 거기에 같이 놓혀진 짧은 편지를 읽고
그분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

‘축하합니다.
당신의 아버님에게 들었었습니다.
채워지지 않은 못 아래의 공간....
세상과 타협한다고 다 나쁜것은 아닐진데
전 그러지 못하여 이러하나 ,
당신은 그 가운데에서 좋은 작품을
많이 일구어 내시길 빕니다.’

주위를 둘러보았고 다른이들에게 그 꽃을 놓고 간 사람을
물어 보았으나 아무도 알지 못하였습니다 .

그러고 몇 년이 흘러 첫 개인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소녀는 입구에서 제일 잘 보이는 곳에 그분이 그려 준
자신의 초상화를 걸어 놨습니다 .
그리고 하루 하루 기다렸습니다 .
마지막 날이 되어도 나타나질 않았습니다 .
전시회장의 임대 마감시간이 다 되어서 그림들을 내리려고 할 때였습니다 .
누군가 들어 왔습니다 .

“안녕하세요...”

말쑥한 차림이였고 낯설지 않아 보였기에
소녀는 다가서며 혹시나 하였습니다.

“네...접니다....늦었어요.....”
“아저씨........”
“내리는 것 잠시 미뤄 주실래요.....?”

그는 자신이 그린 초상화를 만지면서 말했습니다 .
소녀는 잠시 일손을 멈추게 했습니다 .
한참 하나 하나 들여다 보며 생각에 잠기곤 하였습니다 .
이윽고 다 돌아 본 후에 소녀앞에 다가 선 그분은 조용히 말했습니다 .

“아주 잘된 작품들이군요.....”
“정말이세요?”
“네..진심입니다.....”

그 누구에게 듣는 것보다 듣기 좋은 말이였습니다 .

그는 말했습니다 .
소녀가 졸업작품을 할 시기에 많은 것을 생각했었답니다 .
작은 소녀가 커가는 모습과 소녀의 그림에 대한 열정에
자꾸만 쳐져가는 자신의 모습에 한심스런 생각이 들었고
그런 모든 이유에 의해서 한참이나 갈등을 했다고 말하였습니다 .

그 후로 먼 친척이 있는 불란서로 유학을 떠났답니다 .
그래서 늦었다고.....
소녀가 전시회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것이 이틀전이였다고 말했습니다 .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 온다고 말했습니다 .
그리고 뭔가를 꺼내어 소녀의 손에 쥐어 줬습니다 .
그건 예전에 마른 은행잎에 물방울을 몇방울 그렸던
소녀의 것이였습니다...참으로 많이 찾았었던 것이였습니다 .

“이걸 아저씨가.....?”
“제가 당신에게 저 초상화를 주던 날 흘리고 가셨습니다”

그 은행잎이 힘이 되었답니다 .
맑은 물방울, 청명해 보이기까지 한......
둘은 그림을 같이 내리면서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이야길 나누었습니다 .
그렇게 소녀의 첫 개인전은 끝이 났습니다 .
오랜 방황의 마지막같은 그런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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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담아두는 사랑만치 힘겨운 사랑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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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님 作 (http://playtalk.net/joa6034)


조아님의 글에선 시간의 흐름에 따른 주인공들의 성장이 느껴지고, 애틋함이 느껴져요.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서로의 사정을 모르는 상태에서의 전개, 서로를 알아가고,
마지막엔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는..(그게 비록 너무 나중이라 눈물이 나게 될지라도..)
글을 선물 받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인데, 너무 기분 좋다.
(문학적인 재능이 없어서 이렇게밖에 표현을 못하는 저를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_<) -♧
2007/10/12 09:51 2007/10/1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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